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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LOOKUP이 뭔지도 몰랐는데 팀플 엑셀 담당이 됐다 — 클로드로 살아남은 기록

AI와 법

by 26학번 법대생 2026. 7. 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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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사회조사방법론' 팀플에서 제가 엑셀 담당이 됐습니다. 설문 200명 응답을 정리해서 학년별 평균을 내고 그래프까지 만들어야 하는데, 제가 엑셀로 해본 거라곤 시간표에 색칠하기가 전부였어요. 자료 조사 파트를 놓쳐서 남은 게 엑셀뿐이었고, 마감은 이틀 뒤였습니다.

처음엔 유튜브 강의를 틀었습니다. 그런데 15분짜리 영상에서 제 상황에 필요한 건 40초 정도고, 그 40초가 어디인지 몰라서 결국 다 봐야 하더라고요. 심지어 한 편은 제 엑셀 버전과 달라서 화면 구성부터 딴판이었고요. 두 편을 보고 나니 밤 11시였고, 제 파일은 여전히 백지였습니다. 그때 시험공부 때 쓰던 클로드가 생각났어요. 코딩 에러도 잡아준다는데 엑셀이라고 안 될 게 있나 싶었습니다.

 

함수 이름을 몰라도, 목표를 말하면 됩니다

 

첫 질문은 완전히 실패였습니다. "엑셀 잘 쓰는 법 알려줘"라고 물었더니 단축키부터 피벗테이블까지 백과사전 같은 답이 왔어요. 제 과제엔 하나도 못 쓰는, 맞는 말들의 나열이었습니다. 문제는 클로드가 아니라 질문이었어요. 제가 뭘 하려는지를 말 안 했으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게, 도서관 사서한테 다짜고짜 좋은 책을 추천해달라는 것과 같은 질문이었죠. 뭘 위한 책인지는 말을 안 했으니까요.

 

그래서 시트 구조를 그대로 설명하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엑셀에 설문 응답이 200행 있어. A열은 학년(1~4), B열은 만족도(1~5점)야. 학년별로 만족도 평균을 구하고 싶어. 함수를 정확한 셀 주소 예시와 함께 알려주고, 어느 셀에 붙여넣는지 단계별로 설명해줘." — 이렇게 물었더니 AVERAGEIF라는 함수가 붙여넣기 가능한 형태로 왔고, D열에 학년별 표를 만드는 순서까지 그대로 따라하면 되는 수준으로 정리돼 있었습니다. 5분 걸렸어요. 유튜브 두 편보다 확실히 빨랐습니다. 후속 질문도 쉬웠습니다. 나머지 학년은 어떻게 하냐고 물으니 채우기 핸들로 드래그하는 법과, 범위가 밀리지 않게 달러 기호로 고정하는 절대참조까지 알려줬어요. 소수점이 길게 나와서 물었더니 ROUND로 감싸 둘째 자리까지 반올림하는 것도요. 이때 배운 원칙은 세 가지입니다. 데이터가 어떻게 생겼는지, 뭘 원하는지, 어디까지 해봤는지를 말하는 것. 이 세 가지만 들어가면 엑셀뿐 아니라 어떤 도구 질문이든 답의 품질이 달라졌습니다. 함수 이름은 클로드가 알고, 저는 상황만 알면 되는 분업인 셈이에요.

 

에러가 나면, 에러 메시지를 통째로 붙여넣으세요

 

물론 한 번에 되진 않았습니다. 표를 5학년까지 만들어둔 탓에 마지막 칸에서 #DIV/0! 오류가 떴거든요. 예전 같으면 여기서 포기했을 텐데, 이번엔 수식과 오류를 그대로 복사해서 물었습니다. "=AVERAGEIF(A2:A201, D6, B2:B201) 을 넣었더니 #DIV/0! 오류가 떠. 원인이 뭐고 어떻게 고쳐?" 답은 간단했어요. 우리 설문엔 5학년 응답자가 없어서 0으로 나누게 된 것. 함수가 틀린 게 아니라 애초에 없는 값을 찾고 있던 겁니다. 클로드는 원인 설명과 함께 IFERROR로 감싸서 빈칸 처리하는 방법까지 알려줬고요. 참고로 IFERROR 버전도 복사해서 바로 쓸 수 있는 완성형 수식으로 왔습니다. 데이터가 없으면 오류 대신 데이터 없음이라고 표시되게 하는 식이라, 표를 지우지 않고도 깔끔하게 정리됐어요.

 

평균이 나오니 욕심이 생겼습니다. "이 데이터로 발표용 그래프를 만들려면 어떤 차트가 적절해?"까지 물었더니, 학년별 비교니까 막대그래프가 낫고 원그래프는 비율이 아니라 부적절하다는 이유까지 설명해주더라고요. 참고로 평균이나 표준편차 같은 통계 개념 자체가 막히는 분은 지난 글에서 다뤘으니 그쪽이 먼저입니다. 축 제목을 뭐라고 달지, 값 레이블을 표시할지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물어볼 수 있어서 발표 자료 만드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이건 조심하세요 — 안 통했던 것들

 

이틀 동안 부딪히며 배운 주의사항입니다. 첫째, 클로드는 제 엑셀 화면을 못 봅니다. 몇 열에 뭐가 있는지 말로 정확히 설명하지 않으면 엉뚱한 셀 주소가 옵니다. 스크린샷을 찍어 올리는 게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정확했어요. 둘째, 쓰는 프로그램을 밝혀야 합니다. 저는 구글 시트를 쓰는데 엑셀 전용 함수를 받아서 한 번 헤맸습니다. 셋째, 결과 검증은 사람 몫입니다. 저는 1학년 평균 하나를 계산기로 직접 구해서 함수 결과와 맞는지 확인한 뒤에야 나머지를 믿었습니다. 넷째, 설문 원본에 이름이나 학번 같은 개인정보가 있다면 지우고 질문하세요. 다섯째, 범위 실수를 조심하세요. 제목 행을 포함해서 범위를 잡으면 한 행이 밀려서 결과가 미묘하게 틀어집니다. 이런 건 오류 메시지도 안 떠서, 앞서 말한 계산기 검증이 아니면 잡기 어렵습니다.

 

과제는 무사히 제출했고, 발표 때 그래프 보기 좋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이틀 전만 해도 AVERAGEIF가 함수 이름인지 주문인지도 몰랐는데요. 결론은 하나입니다. 엑셀 함수를 외울 필요는 없지만,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설명하는 능력은 필요합니다. 그건 함수 외우기보다 훨씬 쉽고요. 다음 학기에 또 엑셀 담당이 되면, 이번엔 자원해서 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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