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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플 서기 맡은 날, 회의록 정리가 5분으로 줄었다

AI와 법

by 26학번 법대생 2026. 7.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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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헌법 조별과제 회의가 끝나자마자 단톡방이 조용해졌습니다. 한 시간 동안 떠들썩하게 얘기했는데, "그래서 누가 뭐 하기로 했지?"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아무도 대답을 못 했거든요. 서기를 맡은 저는 노트에 끄적인 메모를 보며 식은땀이 났습니다. 절반은 저만 알아볼 수 있는 낙서였으니까요.

 

그날 밤 메모를 노려보며 30분 넘게 회의록을 짜 맞추다가, 문득 이걸 클로드에게 시켜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회의 끝나고 5분이면 회의록과 역할 분담표까지 단톡방에 올라갑니다. 그 과정을 준비, 실행, 확인 세 단계로 정리해봤습니다.

준비 단계: 메모는 대충 써도 됩니다

 

처음엔 회의 중에 받아 적는 메모부터 잘 써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어차피 정리는 클로드가 하니까, 회의 중에는 나온 말을 시간순으로 던져 적기만 하면 됩니다. "발표 주제는 기본권 침해 사례로", "판례는 지훈? 다음 주까지", "PPT 민지, 대본은 미정" 이런 파편 수준이면 충분해요. 대신 두 가지는 꼭 챙깁니다. 과제의 기본 정보(과목, 제출일, 조원 수), 그리고 사람 이름은 헷갈리지 않게 정확히 적는 것. 이름이 왜 중요한지는 아래 확인 단계에서 다시 말씀드릴게요.

 

실행 단계: 날것 메모가 회의록과 분담표가 되는 과정

 

처음에 저는 메모를 붙여넣고 "회의록 만들어줘"라고만 했습니다. 결과는 참석자 명단에 개회 선언, 폐회 시간까지 갖춘 회사 회의록 양식이었어요. 격식은 완벽한데 팀플에는 쓸모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형식을 직접 지정하는 프롬프트로 바꿨더니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아래는 헌법 조별과제 회의에서 내가 순서 없이 받아 적은 메모야. 이걸 대학생 팀플 회의록으로 정리해줘. 형식은 세 부분으로: ① 오늘 결정된 것 ② 아직 결정 안 된 것 ③ 사람별 할 일과 기한. 메모에 없는 내용은 추측해서 채우지 말고 '메모에 없음'이라고 적어줘. 메모: (전체 붙여넣기)"

 

이렇게 하면 뒤죽박죽 메모가 세 덩어리로 깔끔하게 나뉩니다. 특히 "아직 결정 안 된 것" 목록이 생각보다 유용해요. 그게 그대로 다음 회의 안건이 되거든요.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판례는 지훈?"처럼 물음표를 붙여 적어둔 미확정 메모를 확정된 일처럼 옮겨버릴 때가 있어서, '메모에 없음' 표시 지시를 꼭 넣어야 덜 지어냅니다.

 

회의록이 나오면 이어서 역할 분담표를 요청합니다.

 

"위 회의록을 바탕으로 역할 분담표를 표로 만들어줘. 열은 이름 / 맡은 일 / 마감일 / 결과물 형태(파일, 링크, 메시지 등). 회의에서 마감일이 안 정해진 일은 발표일에서 역산해서 추천 날짜를 넣되, 옆에 '제안'이라고 표시해줘. 조원은 4명이고 발표는 내가 아니라 민지가 맡아."

 

여기서 제일 좋았던 건 역산 추천이었습니다. 자료 조사는 발표 일주일 전, PPT 초안은 사흘 전 같은 식으로 빈칸을 채워주니까, 회의에서 미처 못 정한 기한이 표에서 한눈에 보입니다. 다만 추천 날짜가 꽤 빠듯하게 잡히는 경향이 있어서 저는 하루 이틀씩 여유를 두고 조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표를 단톡방용으로 줄입니다. 회의록 전문을 올리면 아무도 안 읽더라고요. "이 분담표를 카톡 공지용으로 5줄 이내로 줄여줘. 이모지 없이 각자 이름, 할 일, 날짜만 남겨줘"라고 하면 복사해서 바로 올릴 수 있는 공지가 나옵니다.

 

이건 안 통했습니다: 공유 전 확인 3가지

 

여기까지는 순조로웠지만, 그대로 올렸다가 사고가 난 적도 있습니다. 첫째, 담당자 오배정. 메모에 주어가 애매하면 클로드는 그럴듯한 이름을 골라 배정해버립니다. 실제로 판례 검색 담당이 지훈이가 아니라 저였는데 표에는 지훈이로 올라가서, 단톡방에서 정정하는 소동이 있었어요. 사람 이름이 들어간 줄은 반드시 눈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날짜 계산 착오. 역산 추천은 편하지만 요일을 착각하기도 하고, 중간에 낀 공휴일이나 시험 기간은 모르니 달력과 대조가 필요합니다. 셋째, 없는 결정사항 만들어내기. '메모에 없음' 지시를 빼먹은 날엔 회의에서 나온 적 없는 "다음 회의는 금요일" 같은 문장이 자연스럽게 끼어 있었습니다. 제일 확실한 검증법은 단톡방에 올릴 때 "각자 자기 할 일 맞는지 확인 부탁해요"라고 한 줄 붙이는 겁니다. 네 명의 눈이 최종 검토자가 되는 셈이죠.

 

덧붙여, 자주 받는 질문 두 가지

 

Q. 메모 말고 회의 녹음을 통째로 넣으면 안 되나요? 녹취록이 아주 길면 앞부분이 뭉뚱그려지거나 잘릴 수 있어서 저는 메모 쪽을 추천합니다. 넣더라도 부분으로 나눠 넣는 편이 안전하고, 무엇보다 조원 동의 없는 녹음은 예의 문제가 있습니다.

 

Q. AI로 정리한 걸 조원들이 알면 싫어하지 않을까요? 저희 조는 오히려 반겼습니다. 핵심은 정리를 누가 했느냐가 아니라 올리기 전에 사람이 확인했느냐더라고요. 위의 확인 3가지만 지키면 서기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팀플에서 클로드를 더 넓게 쓰는 방법은 예전에 쓴 조별과제 살리는 클로드 AI 200% 활용법에서 다뤘고, 팀플 엑셀 담당이 됐을 때의 생존기는 VLOOKUP이 뭔지도 몰랐는데 팀플 엑셀 담당이 됐다에 있습니다. 회의록 서기가 된 날엔 이 순서만 기억하세요. 날것 메모, 형식 지정, 공유 전 확인. 정리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확인 잘하는 사람이 팀플을 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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