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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 면접 상대가 없을 때, 클로드에게 면접관 배역을 맡겨봤다

AI와 법

by 26학번 법대생 2026. 7.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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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 신입 면접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는데, 노트에는 예상 질문만 빼곡히 적어두고 정작 소리 내서 답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머릿속으로는 다 아는 것 같은데, 친구한테 "면접관 좀 해줘"라고 부탁하기도 민망하고, 거울 보고 혼잣말하려니 어색해서 자꾸 미뤘다. 그러다 문득 클로드한테 면접관 역할을 시키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게 생각보다 훨씬 쓸 만했다. 다만 처음부터 잘 된 건 아니고, 몇 번 헤매면서 프롬프트를 고친 끝에야 진짜 모의 면접 비슷한 게 됐다. 오늘은 그 과정을 시행착오까지 그대로 풀어본다.

처음엔 클로드가 너무 착했다

첫 시도는 허무했다. "면접 연습 좀 도와줘"라고만 했더니, 클로드가 질문은 던지는데 내가 아무렇게나 답해도 "좋은 답변이네요!" 하고 넘어갔다. 칭찬만 돌아오니 연습이 되는 느낌이 안 났다. 실제 면접관은 내 답의 빈틈을 파고드는데, 얘는 그냥 다정한 스터디 메이트였다.

문제는 배역과 규칙을 안 준 거였다. 그래서 프롬프트를 이렇게 바꿨다.

"너는 교내 법학회 신입 면접관이야. 나는 26학번 지원자고. 지금부터 모의 면접을 진행해줘. 규칙은 세 가지야. (1) 질문은 한 번에 하나씩만 하고, 내가 답할 때까지 기다려. (2) 내 답이 끝나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기 전에 방금 답변의 아쉬운 점을 딱 한 가지만 짧게 짚어줘. (3) 너무 봐주지 말고 실제 면접처럼 꼬리 질문도 던져줘. 첫 질문부터 시작하자."

이렇게 하니 확 달라졌다. "법학회에 지원한 동기가 뭔가요?"로 시작해서, 내가 "판례를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어서요"라고 뭉뚱그리자 곧바로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나 판례에 관심이 있나요?"라고 꼬리를 물었다. 준비가 덜 된 부분에서 말문이 턱 막히는 걸 미리 겪어볼 수 있었다. 실전에서 처음 당황하는 것보다, 연습에서 미리 당황해보는 게 백 배 낫다. 특히 “그 판례에서 대법원이 왜 그렇게 봤을까요?”처럼 이유를 캐묻는 질문에서 자꾸 막혔는데, 덕분에 실제 면접 전에 그 부분을 미리 정리해둘 수 있었다.

좋았던 점은 한 번에 한 질문씩, 꼬리 질문까지 실제 면접 흐름과 꽤 비슷했다는 거다. 아쉬웠던 점은 가끔 피드백이 "좀 더 구체적으로" 정도로 두루뭉술했다는 것. 이건 다음 방식으로 보완했다.

교수님 역할로 개념까지 점검했다

면접 준비가 어느 정도 되니, 이번엔 헌법 개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점검받고 싶었다. 그래서 클로드에게 교수님 역할을 맡겼다. 핵심은 "설명해줘"가 아니라 "나를 시험해줘"로 방향을 튼 거다.

"너는 헌법 담당 교수님이야. 나한테 ‘기본권의 대사인적 효력’ 개념을 구술로 점검해줘. 먼저 나한테 개념을 설명해보라고 시키고, 내 설명을 들은 뒤 부족한 부분을 파고드는 질문을 던져줘. 내가 틀리면 정답을 바로 알려주지 말고, 힌트를 주면서 스스로 고쳐 말하게 유도해줘."

이건 혼자 교과서 읽는 것과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다. 내가 "사인끼리도 기본권이 적용된다는 거요"라고 대충 답하니, "직접 적용인가요, 아니면 간접 적용인가요? 통설과 판례는 어느 쪽에 가깝죠?"라고 되물었다. 안다고 생각했던 개념이 사실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는 걸, 말로 뱉어보고 나서야 알았다. 힌트를 주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내가 계속 헤매니까 “사인 간 문제를 헌법이 직접 규율하느냐, 아니면 민법의 일반조항을 통해 들어오느냐를 떠올려봐요”라고 범위를 좁혀줬고, 그제서야 간접적용설이 생각났다.

비교를 위해 처음엔 그냥 "대사인적 효력 설명해줘"라고도 해봤다. 깔끔한 요약이 나오긴 했는데 읽고 5분 뒤엔 거의 기억에 안 남았다. 반대로 "점검해줘"로 시키면 막히고 고치는 과정이 있어서 훨씬 오래 남았다. 같은 주제라도 시키는 방식에 따라 결과가 이렇게 달라진다.

이건 안 통했다 — 역할극의 함정 세 가지

물론 역할극이 만능은 아니었다. 직접 겪은 한계 세 가지를 정리한다.

첫째, 클로드는 그 학회나 회사의 실제 사정을 모른다. "우리 학회는 보통 뭘 물어보나요?"라고 물으면 그럴듯하지만 근거 없는 답을 지어낸다. 실제 단골 질문이나 면접 분위기는 선배한테 물어보는 게 맞다. 클로드는 답하는 연습 상대이지 정보원이 아니다.

둘째, 피드백의 사실관계는 검증해야 한다. 구술 점검 중에 클로드가 판례 입장을 반대로 설명한 적이 한 번 있었다. 롤플레이에 몰입하다 보면 이런 오류를 그냥 넘기기 쉬운데, 중요한 개념은 반드시 교과서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 "방금 설명, 통설·판례 기준으로 맞는지 근거랑 같이 다시 확인해줘"라고 한 번 더 물으면 스스로 정정하는 경우도 많았다.

셋째, 설정을 안 주면 너무 관대하고, "압박 면접처럼 해줘"라고 하면 이번엔 근거 없이 꼬투리만 잡는다. 적당한 긴장감을 원할 땐 "실제 면접 난이도로, 다만 인신공격은 하지 말고"처럼 수위를 지정해주는 게 좋았다. 배역만 주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로 연기할지까지 정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역할극 프롬프트의 핵심은 배역, 규칙, 방향 이 세 가지를 구체적으로 주는 거였다. 누구를 연기할지, 한 번에 몇 개를 물을지, 틀리면 어떻게 반응할지를 정해주면 클로드는 꽤 그럴듯한 연습 상대가 된다. 면접 예상 질문을 미리 뽑아두는 법은 예전에 쓴 발표 대본과 예상 질문 준비하기 글에서 다뤘고, 지원서 자체를 다듬는 건 자소서 첨삭 활용법에서 정리해뒀으니 면접을 앞뒀다면 함께 보면 좋다. 혼자 준비하다 막막할 때, 클로드를 면접관이든 교수님이든 한번 세워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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